부부상담 세계적 전문가 “Happy Wife, Happy Life”

 

기사입력 2012-11-09 03:00:00 기사수정 2012-11-10 18:07:40

하빌 헨드릭스 박사의 ‘관계 치유법’

부부상담 전문가인 하빌 헨드릭스 박사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상대방의 상처를 이해하는 대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고요? 막연히 ‘남들도 다 이렇게 살 것’이란 생각에 갈등을 방치하면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부부 상담과 치료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하빌 헨드릭스 박사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하는 능력’만 있고 ‘듣는 능력’은 전혀 훈련되지 않은 부부가 많다”며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는데 서로 마음의 문을 열 열쇠가 없다면 결혼 생활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한국가족상담협회 초청으로 이날 방한한 헨드릭스 박사는 이혼율이 50%에 이르는 미국에서 ‘이마고(IMAGO·이미지의 라틴어)’라는 대화법을 개발해 이혼 위기 부부를 획기적으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심리학자다. 부부치료 분야에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냈고 유명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17차례 출연했다.


○ ‘다름’ 받아들이고 ‘상처’ 보듬어야

헨드릭스 박사는 최근 이혼율이 급증하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30∼40년 전 겪었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며 “부부간 문제를 드러내놓고 대화하기보다 개인사로 치부해 속으로 삭이는 문화가 갈등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관계의 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남편이 뒤늦게 관계 회복을 시도해도 허사인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경험이다.

헨드릭스 박사는 “부부 갈등의 90%는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나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와 긴밀히 연관돼 있고 남편과 아내에겐 각자 상처받았을 때의 ‘내면 아이’가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메워줄 것 같은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저 사람이라면 내 상처를 어루만져 줄 것 같다’는 기대를 갖고 결혼하는데 그 꿈이 깨지면 ‘서운함→실망→분노’의 과정을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늘 아내는 서운하고 남편은 억울한, 악순환이 계속된다.

“상대가 ‘틀렸다’가 아닌 ‘다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실천이 안 되는 이유는 왜 그 차이가 생기는지 근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꺼내놓지 않았던 내면의 상처를 알게 되면 배우자가 왜 그렇게 나와 다른지 알게 되고 그래야 대화가 시작됩니다.”

헨드릭스 박사는 “제대로 된 대화법을 익히지 못하고 이혼하면 재혼한 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며 “‘이 사람은 안 된다’는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스스로 갈등 관리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파악-인정-공감의 세 단계

이마고 대화법은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해 부정적인 대화를 없애는 방법이다. 이 대화법은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부부가 무릎을 대고 마주 앉은 뒤 어느 한쪽에 발언권이 기울지 않도록 동등하게 번갈아가며 이야기한다. 서로를 비난하거나 탓하는 말은 금물.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안심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갈등이 심한 부부는 대부분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대화해본 적이 없습니다.”

대화는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 번째는 배우자의 마음을 거울에 비춰 보기(Mirroring). 상대가 왜 불만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면 이를 정확히 이해할 때까지 경청한 뒤 자신이 파악한 내용을 직접 말하는 것이다. 평소 ‘적’으로만 느꼈던 남편이나 아내가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적대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2단계는 배우자의 마음을 인정하기(Validation). 상대가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다. 기존에 “당신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면 이제는 “당신으로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이해를 표현하는 것이다. 헨드릭스 박사는 “부부들이 흔히 서로에게 맞추려 노력하는 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는데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며 그걸 기대하기 때문에 싸움이 생긴다”며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게 최선의 관계”라고 설명한다.

3단계는 배우자의 마음에 공감하기(Empathy). 상대의 상처를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괴롭히고 깎아내리는 줄만 알았던 상대가 내 편이 되어줄 때 곪았던 감정이 치유되는 효과가 있다.

헨드릭스 박사는 “Happy Wife, Happy Life(아내가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아내의 행복은 남편뿐만 아니라 자녀의 인생도 좌우한다고 했다. “불행한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는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부부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은 각종 범죄로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헨드릭스 박사는 9∼14일 서울 광진구 능동 세종대에서 부부관계 상담가와 일반 부부를 대상으로 이마고 대화법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